2023바다미술제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Flickering Shores, Sea Imaginaries)》는 바다와 우리의 관계를 재고하게 하고, 해안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을 동시에 언급하며, 바다와 해양 환경에 관여하기 위한 대안적인 틀과 비전을 모색합니다.
바다는 우리의 삶과 자본주의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생존에 필수적인 원천일 뿐만 아니라 식량, 의약품, 에너지, 광물, 무역, 여행 등을 위해 이용하는 거대 산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규모 크루즈 관광, 해운, 남획부터 핵실험, 오염, 심해 채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바다에 해를 끼쳐 해양 생태계와 서식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는 해안에서 바라본 바다를 상품 이동에 쓰이는 분절되고 추상적인 표면으로 보는 대신 우리가 이 수역의 일부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올해 바다미술제는 바다 및 해양 생태와 맺는 새로운 관계를 탐색하고, 저항과 복원을 요청하는 차원에서 협력과 공동의 비전, 시너지 창출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왕덕경은 미세한 것들을 눈여겨보며, 무신경한 것들을 포착한다. 특히 사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나 있는 것, 눈에 보이지 않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들의 이면들을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사용하여 드러내고자 한다. 최근 몇 년간 작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마주하고, 한 개인의 내부와 외부 균열의 틈을 봉합하는 언어의 형태를 고민하며 ‘말 걸기’, ‘담기’를 시도 중이다.더보기
김덕희는 자연과 생명, 사회와 문화,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삶’과 ‘우주’ 속 세계의 다양한 층위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작가는 빛과 열, 중력, 언어와 같은 비물질적 매체를 사용하여 물질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작품화한다. 우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져온 김덕희의 작품은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며 때로는 시적이고 주술적이다.더보기
카시아 몰가는 예술과 과학의 교차점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드러내고, 인간을 넘어 지구 위 생명체와 협업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변화하는 자연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성향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함께 바다 위의 해군 상선에서 지낸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 How To Make An Ocean에서는 눈물을 이용하여 해양 생태계를 만드는 방법을 탐구했다. 더 나아가 How To Become Wholesome에서는 다른 신체 자원으로 생명을 지탱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더보기
독일 베를린을 기점으로 활동하는 양자주는 공공장소를 심오하게 변주하는 개념에 흥미로운 팔레트의 혼합으로, 우리가 사는 공간과 우리 자신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인간의 본래 감각이 도시의 빠른 변화 속에서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고찰한다. 그 도시를 구성하는 물질에서부터 인간과 더불어 서식하는 자연으로 이르기까지 작가는 회화, 설치를 비롯해 라이브 페인팅, 공공 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실험적으로 넘나들며 작업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더보기
샤일레쉬 비알의 작품은 실존 지식, 체계, 전통, 의식, 형이상학, 철학 이론을 과학, 기술, 그리고 예술적 개입으로 살펴보며 철학적 사고를 중심으로 세상을 두루 고찰한다. 작가는 다채로운 시각 언어를 가지 고 내재적 세계의 모순된 관점, 생각, 기분, 느낌과 외부 세상의 사물, 기계, 지형, 현상의 철학적 맥락을 엮으려 한다. 인도 전통 지식 체계 혹은 교육인 구루쿨을 다니면서 그는 배움의 일부로 지식의 근원을 파헤치며 논리학으로 접근했던 고대 산스크리트어 문헌인 타르카 샤스트라와 신화 경전을 접하였다. 타르카 샤스트라에는 사물과 형태의 외부적 아름다움 혹은 기능성에 내재한 의미, 확장된 함축성, 그리고 사물에 대한 결과론적 비판 분석 사이의 배움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었고, 이는 작가의 예술적 실천을 이끌었다. 그는 동시대 인간의 필요, 역할, 책임과 관련된 현시대의 과학적 방법과 기계적 체계에 이러한 배움을 결합한다. 이번 출품작 〈사무드라 만탄: 바다 휘젓기〉로 작가는 바닷물이 담긴 탱크 안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며 물을 휘젓는 산 모형의 키네틱 아트를 제작하여 이러한 점을 탐구하고 시사한다. 동명의 인도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은 세상과 삼라만상이 태동하고, 불멸의 꿀과 독이 생겨난 이야기를 풀어낸다. 신화에서 하늘 신들은 마왕들과 손잡고 바다를 휘저어 불멸의 꿀을 얻기 위해 평등과 외교를 약속한 연대를 맺고, 뱀들의 왕인 바수키가 밧줄이 되어 만다라 산을 막대기처럼 휘감아 정교하게 바다를 휘저었다. 하지만 바다 휘젓기가 끝나자, 신들은 얻은 꿀을 모두 먹어버리고 마왕들에게는 결국 독만 남겨지게 된다. 키네틱 프로젝트 〈사무드라 만탄: 바다 휘젓기〉는 욕망에 대한 신화를 오늘날 속세의 맥락으로 시각화한다. 모두가 불멸의 꿀을 욕망하지만, 누군가는 불가피하게 독을 마셔야 한다. 이야기 속에서 불멸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은 동시대 문제와 연관되며 또한 상징적이고 은유적으로 심오하게 드러난다. 바다는 그 광활함과 무한한 잠재력으로 태고부터 인간에게 자원의 보고가 되어주었다. 현대 사회에서 바다는 우리에게 식량과 연료, 에너지와 치료제, 광물, 보석과 같은 각종 재료를 제공해 주는 가장 가치 있는 천연 비축 기지로 인식된다. 바다 자원을 추출하는 과정은 바다 휘젓기 신화의 핵심 이야기가 재현된 듯 원유를 채취하기 위해 주로 해저를 시추한다. 〈바다 휘젓기〉 프로젝트는 그 꿀과 독이 소비 산업에서 일구어지는 우리의 끝없는 시추의 대가임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사무드라 만탄: 바다 휘젓기〉는 오늘날 해양 자원 추출의 양극화 효과를 구축과 해체, 소비의 개념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작가는 사회정치적 계급이 결국 드러내지도록 기술을 활용하여 그의 생각을 반영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더보기
출품작 〈메아리, 바다 가득히〉는 8미터 폭, 4미터 높이의 그물 형태의 설치작품이다. 그물은 시민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진주와 비즈로 복잡하게 짜여 있다. 둥글고 빛나는 진주는 소중한 순간, 감정, 기억을 상징한다. 동시에 길쭉한 비즈와 진주의 배열은 문자 기호를 신호 배열로 입력하는 모스 부호를 나타낸다. 모스 부호의 각 펄스는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소중한 누군가를 향해 쓰인 메시지이다. 그물의 섬세한 가닥 안에 얽힌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지금은 곁에 없는 그들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바다는 많은 사람에게 어려움과 위태로움의 공간임을 기억한다. 우리는 진주와 비즈의 투명한 반짝임을 바라보며 그들이 다시 메아리쳐 오길 기도해 본다. 작품은 해변 위, 바다와 하늘의 경계에서 자유롭게 출렁거린다. 섬세히 짜인 그물은 넋들이 떠난 먼바다를 향해 손을 뻗으며 그리움의 상징으로 하늘에 걸려 있다.더보기
바다는 불확실성의 기원이자 항해의 시작, 항복과 지배의 꿈이 만나는 세계의 서막이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이론가, 작가인 미셀 세르에 따르면 바다는 소음의 근원이다. 출품작 〈오션 브리핑〉은 우주 일기예보이자, 지리·전략적 보고, 낭만적인 소설로 전시 기간 진행되는 일일 방송 시리즈다. 해운 운송의 붕괴, 지정학적 무질서함, 기상학적 불안, 음흉한 음모설을 하루마다 이야기하는 자막 방송은 불안정한 세상에서 영감을 얻는다. 〈오션 브리핑〉은 소음의 바다에서 시그널을 찾아 일광 바다를 연출하는 자막을 해변에 띄운다.더보기
의식은 무엇인지, 의식은 어떻게 대두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매개 변수는 존재하지 않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의식의 난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인간의 관점에서만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물이다〉작품은 전제를 완전히 뒤집어 비인간 의식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고찰한다. 컴퓨터가 말하고 쓰는 사변적 텍스트를 특징으로 하는 이 영상은 과학의 역사와 한계에 대한 명상에서 신비주의에 가까운 물고기 의식에 관한 고찰로 이동한다. 〈모든 것은 물이다〉는 과학자 아냐 웨그너와 알렉스 조던이 물고기의 사회적 행동에 건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 위해 구성한 실험으로, 대서양 동쪽과 지중해에 서식하는 조기류의 작은 종 '크로미스 크로미스’의 산란기 때 프랑스 코르시카섬에서 촬영되었다. 수퍼플렉스는 수중 생명체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설계된 세 개의 부유식 구조물을 과학자에게 제공했고, 해당 지역의 크로미스 크로미스 개체군이 산란을 위해 이 구조물 주위로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영상이 진행되면서 내레이션은 이 특정한 실험의 범위를 확장하여, 서구 과학의 유물론 외에 어떤 방법이 의식의 난제를 재상상하는 데 유용할 것인지를 묻는다. 〈모든 것은 물이다〉는 과학적 추측과 건축학적 미래주의, AI 생성 철학을 결합해 의식은 안정적 범주가 아니며 인간은 다른 종의 필요와 기호, 영적 삶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어쩌면 관점을 전환해야 할 수도 있음을 제시한다. 이 영상의 과학 실험은 조던 연구실의 과학자 아냐 웨그너와 알렉스 조던에 의해 진행되었다. 〈모든 것은 물이다〉는 덴마크 예술 재단이 지원하였습니다.더보기
맹그로브 숲은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필수적 생태계이다. 전 세계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발견되는 맹그로브는 어린 해양 생명체에게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하고, 홍수를 막는 장벽으로 기능할 뿐 아니라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작가 레나타 파도반의 맹그로브 숲에 관한 관심은 생태계를 등한시하고 착취함으로써 발생하는 생태적, 사회문화적 문제를 연구하며 시작되었다. 하나의 생물군계로서 맹그로브는 아주 중요하다. 맹그로브는 해양과 육상 환경 간의 접점으로 해안 연안에서 자라며, 다양한 물고기와 새우, 게, 조개의 번식지이자 다수한 새들의 둥지이며 땅과 물에서 사는 무수한 생명체의 터전이다. 그뿐만 아니라 맹그로브 숲과 늪지는 굉장히 효과적인 탄소 흡수원이다. 맹그로브는 침식과 쓰나미로부터 해안 지역을 보호한다. 늪은 하구로 흘러 들어가는 살충제와 채굴 활동에서 발생하는 중금속 같은 오염 물질을 흡수한다. 그러나 오늘날 맹그로브는 해안개발과 벌목, 새우 양식으로 가장 큰 위험에 처한 서식지 중 하나이다. 맹그로브 숲으로 들어가면 압도되지 않을 수 없다. 숲의 소리와 얽히고설킨 뿌리의 멋들어진 형태, 서로 감싸 안은 듯한 몸통의 형상,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까지, 실로 마법과도 같은 경험이다.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브라질 북부 맹그로브 숲에 푹 빠진 작가는 브라질과 세계 각지에서 파괴되는 맹그로브를 마음에 두고, 이 작품이 우리가 간과해 온 맹그로브 생태계에 관심을 기울일, 숲의 중요성과 보존의 시급성을 일깨울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작가의 단편 영상, 〈트랜지션 존〉에서 맹그로브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https://vimeo.com/843273956더보기
포레스트 커리큘럼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삼림지대 조미아의 자연문화를 통한 인류세 비평을 주로 연구합니다. 작품 유랑하는 베스티아리는 이 연구의 일환으로, 비인간적 존재들이 근대 국민국가에 내재된 계급적이고 세습적인 폭력과 그에 따른 잔재들에 어떻게 대항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듯한 거대한 깃발들은 위태롭고도 불안하게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깃발에는 벤조인이나 아편부터 동아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들까지 비인간 존재들을 상징하는 대상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각 깃발들은 비인간적 존재들의 대표자로서 모두가 한데 결합되어 아상블라주 그 자체를 표상합니다. 또한 깃발들과 함께 설치된 사운드 작품은 방콕과 파주에서 채집된 고음역대의 풀벌레 소리, 인도네시아의 경주용 비둘기들의 소리, 지방정부 선거를 앞두고 재정 부패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불필요한 공사에서 발생하는 소음, 그리고 위의 소리들을 찾아가는데 사용된 질문들과 조건들을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