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바다미술제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Flickering Shores, Sea Imaginaries)》는 바다와 우리의 관계를 재고하게 하고, 해안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을 동시에 언급하며, 바다와 해양 환경에 관여하기 위한 대안적인 틀과 비전을 모색합니다.
바다는 우리의 삶과 자본주의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생존에 필수적인 원천일 뿐만 아니라 식량, 의약품, 에너지, 광물, 무역, 여행 등을 위해 이용하는 거대 산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규모 크루즈 관광, 해운, 남획부터 핵실험, 오염, 심해 채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바다에 해를 끼쳐 해양 생태계와 서식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는 해안에서 바라본 바다를 상품 이동에 쓰이는 분절되고 추상적인 표면으로 보는 대신 우리가 이 수역의 일부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올해 바다미술제는 바다 및 해양 생태와 맺는 새로운 관계를 탐색하고, 저항과 복원을 요청하는 차원에서 협력과 공동의 비전, 시너지 창출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하이퍼콤프는 2017년 아테네에서 가상의 회사 프로필로써 처음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그리스 티노스 섬에 기반을 둔 다분야적이고 사변적인 디자인 아티스트 그룹이다. 하이퍼콤프의 연구 주제는 주로 자연과 문화, 가축화와 생태계 네트워크, 전통과 기술, 그리고 작은 섬 지역 사회가 직면한 문제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학제 간 협업과 지역사회가 생산에 참여하는 방식을 장려하며, 여기에는 종종 다양한 생물이 포함된다. 이러한 과정은 공간 활성화, 멀티미디어 작품, 지속 가능한 디자인 프로토타입 및 오브제로 나타나며, 유기체와 무기체 주역들이 모두 등장하는 역동적인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더보기
레나타 파도반은 토지 점유 관련 문제와 그로 인한 생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결과를 조명하는 소통을 시적인 방법으로 창조한다. 최근에는 생태계 파괴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대부분으로, 작가는 2012년부터 아마존에서 삼림 벌채, 하천 오염, 수력발전소의 파괴적인 영향에 중점을 두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다양한 AIR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2023년부터는 과학자들과 함께 타라 오션 유럽 탐사에 참여하여 해양 표면을 탐사하고 분석한다. 작가의 작품은 브라질과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갤러리와 기관, 미술관에서 전시된 바 있다.더보기
게리 젝시 장은 우주론과 기술, 경제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한다. 그는 금융 소재 소설 Catastrophe Time!을 편집했으며, Waste Paper Opera와 함께 만든 오라토리오 Dead Cat Bounce는 2022년에 초연되었다. 최근 개인전 Cycle 25는 자연재해, 사기 국가, 우주 경제 등 사변적 신념과 물질세계 경계에 있는 사건들을 기록했다. 그의 작품은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상하이 파워 스테이션 오브 아트, 홍콩 파라 사이트에서 전시된 바 있다. 향후 요크대학교 아트 갤러리, 로잔의 EPFL, 버밍엄의 이스트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더보기
조은필은 블루를 주된 조형 요소로 하여 일상적 소재를 비일상적, 초현실적 공간으로 전환한다. 작가의 블루는 단지 물질적 재료로서의 색만이 아니라, 모든 소재를 ‘청색화’하여 환영 공간이자 하나의 의미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작가의 설치 작업은 현장성에 대한 근원적 실험이자 도전이다. 이런 공간은 관람자뿐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도 낯선 순간을 체험하게 한다. 최근에는 시간을 따라 변해가는 식물의 형태에 관심 두고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레지던시에서 작업 중이다. 또한 올해는 한강 프로젝트와 내년에는 이치하라 호반 미술관 전시를 앞두고 있다.더보기
장승욱 감독은 현재 프랑스 랭스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동한다. 포르투갈 인디주니어, 불가리아 인 더 팰리스 국제단편영화제, 이탈리아 쇼츠 국제영화제, 한국 디지콘6 아시아 등 다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은 어린이 동화책 작가이자 삽화가로도 작업하며 영역을 확장 중이다.더보기
전해진 이야기로는 고려시대(918~1392)에 고래가 새끼를 낳으면 미역을 뜯어먹어 산후의 상처를 회복하는 것을 보고 고려 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이는 것이 곧 풍습이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생일을 맞이하면 축하의 말과 함께 "미역국을 먹었느냐"는 질문이 뒤따른다. 이처럼 한국에서 미역국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을 때 처음으로 만드는 음식으로, 한국인에게 보살핌과 애정, 헌신과 같은 강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미역을 특산품으로 두고 있는 기장에서는 이 전통이 더욱 강하다. 부산민속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를 낳으면 한칠 동안 계속 미역국을 끓여 제왕상 위에 올려두고 소망을 기원한 이후 산모에게 먹이는 의례가 있다. 작가들은 ‘해조류 스튜디오’를 통해 공동체 사이 다종 간의 관계를 알아가며 일광 이천 마을의 할매, 할배 신당과 함께 지역 문화를 형성해 온 해초를 위한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일종의 ‘해조류 신당’이다. 작가들은 천연자원인 해초를 탐구하며 이미 상처받은 것들을 치유하려는 하나의 몸짓으로 자연과 시너지 작용을 내는 동시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뭍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든다. 이는 해초를 또 다른 추출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경계하는 태도이다. 율리아 로만과 김가영 작가는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며 착취의 사고방식이 아닌 재생의 사고방식을 취한다. 즉, 생태계에 깊이 뿌린 내린 일부로서 해초라는 유기체를 생애주기 속에서 인식하고 고찰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제적이고 직접적인 동시에 창의적이고도 총체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해초 신당〉은 현지의 유기체와 관계를 형성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며 회복과 창조의 잠재력을 모색한다. 율리아 로만이 설립한 해조류학과(Department of Seaweed)는 다시마의 문화적, 환경적 그리고 지속 가능한 측면을 탐구하는 데 전념하는 학제적 단체이다. 그는 '해조류학과'의 한 회원이자 작가로서, 해조류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지역 사람들로부터 수집한다. 그중에서도 자연으로부터 얻는 해조류와 같은 자원 및 재료가 어떤 심리적 영향을 끼치고 그들의 일상생활과 연관되어 있는지 탐구한다. 수집된 자료들은 기장 다시마로 만든 작품들과 함께 전시되어 보다 심층적인 지역 이야기를 접할 기회를 선사한다.더보기
바다는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때로는 잔잔한 미소로, 때로는 화난 듯 폭풍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오늘날 인간은 바다가 인간에게 주는 다양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해 온 반면, 바다를 후세대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출품작 〈심해의 명상〉은 아직 회복될 수 있는 무한한 삶의 터전으로 바다와 해양 생태계, 사람과의 공생관계를 이야기한다. 바다에서 심해는 깊은 내면을 지닌다. 주위는 조용하고 천천히 움직이며, 바쁜 세상의 변화와 풍파에 휘둘리지 않는다. 작품은 오늘날 도시 삶의 번잡하고 바쁜 세파에서 벗어나 조용함과 깊은 사색을 누릴 수 있는 심해의 길을 따라 걷는 듯한 경험을 전한다. 또한 과거 바다와의 관계를 다시 되돌아보는, 심해와의 우리 관계가 착취의 일부분이 되지 않는 희망적인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더보기
예술은 우리 주변에서 보고 아는 것, 그 너머의 것을 공감할 수 있게 하는가? 출품작 〈바다 위의 별〉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관한 이야기이다. 엄마와 어린 자녀들이 있는 집에 물이 차오르고, 이미 잠긴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오르지만 갈수록 물은 차오른다. 시간이 흘러 꼭대기 층에 다다르고 집들이 떠다니는 거대한 홍수에 갇히고 만다. 장승욱 작가는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인간을 캐릭터로 활용하는데 사실 인간은 또 다른 생명체를 상징하는 존재이다. 작품이 전개되면서 이 점은 더욱 명확해지고, 작품의 주인공들이 상징하는 바는 궁극적으로 우리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이 땅에서 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우리, 인간과 비인간을 상징한다. 우리의 지구와 환경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 넘겨주어야 할 중요한 것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작품 속 엄마의 입장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작품 속 아이가 보는 동화책에서 ‘노아의 방주’가 등장한다. 동화책은 주인공들의 구원을 암시하는 복선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물난리'를 이야기한다. 방주는 책에서는 구원을 상징하지만, 주인공들은 생존해야만 하는 가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엄마와 아이가 보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영상은 작가의 전 작품에서 가져온 장면이다. 자신에게만 몰두하여 자신만 바라보며 행동하는 텔레비전 속 인물은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 우리를 의미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일의 결과를 묵묵히 감내하는 수많은 생명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만들었다. 마지막 장면의 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보이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책임과 사라져가는 생물에 대한 애틋함, 존경과 걱정을, 곧 이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다.더보기
모래알을 자세히 관찰해 본 경험이 있는가? 모래알은 세상의 작은 일부분이며,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았는가? 한 알의 모래는 물과 바람, 얼음이 이끄는 대로 긴 여정을 지나왔다. 사람처럼 모래는 한 알 한 알마다 특징이 있고 땅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 더 나아가 역사를 담고 있다. 또한 모래는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물질이다. 모래가 없으면 유리도, 컴퓨터 칩도, 건물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출품작 〈모래알 속에서 세상을 보다〉는 자연 모래를 녹여 만든 유리에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내며,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이들이 보내준 작은 모래 표본을 통해 지구의 지도를 그려내는 프로젝트다. 덥고 건조한 사막에서 춥고 눈 덮인 산으로부터, 번화한 도시의 고층 빌딩에서 고고학적 유적으로, 보이지 않는 정치적 경계에서 광활하고 탁 트인 풍경으로, 발굴된 금광에서 고대 해저로 혹은 내란의 땅에서 고요한 휴양 섬까지. 지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지리적 다양성이 드러날 때, 모래의 생태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작은 모래알에 강력한 사회적, 정치적 역사 또한 담겨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번 바다미술제를 위해 아틀리에 엔엘은 한국의 역사를 파고든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지구의 이야기 속에서 수십 억 년을 거쳐 빚어진 모래는 시간의 흐름을 목도한 고요한 목격자이다. 하지만 풍부해 보이는 모래라는 자원도 이제는 끝을 모르는 수요로 인해 점차 희소해지며 긴박한 글로벌 위기를 맞닥뜨린다. 우리는 매년 전 세계 해변, 강, 바다, 채석장에서 수십억 톤의 모래를 채취하여 인프라와 기술에 활용합니다. 이로 인해 모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지는 천연 자원 중 하나가 되었으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모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전 세계적 어려움 속에 한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은 원대한 발전 계획과 환경 보호 간에 섬세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마천루가 맞닿은 부산의 스카이라인은 모래가 건설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게 부산을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모래를 관리하는 것이 도시를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다. 작은 모래 한 알에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우리가 이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초대한다. 모래는 다양한 작업을 하는 홍보라 디자이너가 수집하였다. 현재 치앙마이에서 거주하고 있는 그는 열흘간의 국내 여행 기간 해안선을 따라 여러 해변에서 모은 모래로 한국 지도를 시각화하였다. 강과 작은 개울을 따라 탐험하며 예상하지 못했던 아름답고 고요한 장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aworldofsand.com’에 참여함으로써 디자이너는 한국의 풍부한 문화유산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비추는 기억과 이야기가 담긴 모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틀리에 엔엘은 홍보라 디자이너의 매혹적인 여정을 따라 모래가 말하고 있는 각각의 이야기를 역사와 이주, 의미, 생태, 지연, 희소라는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모래의 중요성과 모래가 환기하는 기억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더보기
〈플라스틱 만다라: 생태계 순환을 위한 문양〉은 작가 정은혜와 이준의 협업으로 지구의 소리가 만드는 문양에 집중한다. 작품에 사용된 이 플라스틱 조각은 정은혜 작가가 설립한 생태예술 단체 에코오롯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5년간 제주 함덕 해변에서 함께 수집한 것이다. 이 만다라 문양은 지구 표면과 대기 전리층 사이에서 포착되는 지구의 ‘심장 소리’ 혹은 ‘콧노래’로 불리는 번개가 일으키는 전자기장파의 공명, 슈만 공명을 활용해 만들어진다. 뇌우는 초당 약 50회의 번개 섬광을 생성하고 지구 표면과 전리층 사이에 전자기파를 포획하는데, 이러한 파동 중 일부는 결합하어 평균 7.83 Hz의 극저주파인, 일명 지구의 심장박동이라 불리는 슈만 공명을 만들어 낸다. 몇몇 과학자들은 이러한 공명의 변화가 계절의 변화, 태양의 활동 혹은 지구 자기장의 변화 등 지구와 결부된 현상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지구 진동의 상승은 사람이 더 불안해지는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는 이론도 존재한다. 확실한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이러한 이론은 우리가 지구의 진동과 뇌파가 겹칠 때 가장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아마도 슈만 공명은 우리와 지구의 밀접한 관계를 상기시켜 주는 하나의 중요한 지표일지도 모른다. 정은혜 작가의 슈만 공명에 관한 관심은 어린 시절부터 조용한 곳에서만 낮게 느껴지는 진동 소리를 탐구하면서 대부분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작가와 에코오롯 참여자들은 해변에 무릎을 꿇고 손으로 모래를 쓰다듬으며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바닷소리를 들으며 기도와 같은 강렬한 경험으로 작품의 일부가 된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 소리가 촉각으로 감각되어 경험되는 듯 〈플라스틱 만다라: 생태계 순환을 위한 문양〉으로 소리는 만져진다. 〈플라스틱 만다라〉는 승려들이 며칠 혹은 몇 주에 걸쳐 아름답고 다채로운 모래 만다라를 완성한 후 다시 흩어버리는 티베트 불교 의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의식이 끝나면 승려들은 복을 받은, 이제는 복 그 자체가 된 모래를 근처 개울에 부어 우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바다를 통해 모든 생명에게 복이 닿게 한다. 이 작품은 플라스틱이 난무하는 현실 앞에서 느끼는 절망감과 바다에서 플라스틱을 거둬들여 바다를 축복하고자 하는 바람을 동시에 표현한다.〈플라스틱 만다라〉는 새롭거나 유용하거나 영원하지 않으며, 해체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에코오롯 참여자가 〈플라스틱 만다라〉를 만드는 영상을 아래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jd1t9OWC2I&t=302s더보기
포레스트 커리큘럼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삼림지대 조미아의 자연문화를 통한 인류세 비평을 주로 연구합니다. 작품 유랑하는 베스티아리는 이 연구의 일환으로, 비인간적 존재들이 근대 국민국가에 내재된 계급적이고 세습적인 폭력과 그에 따른 잔재들에 어떻게 대항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듯한 거대한 깃발들은 위태롭고도 불안하게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깃발에는 벤조인이나 아편부터 동아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들까지 비인간 존재들을 상징하는 대상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각 깃발들은 비인간적 존재들의 대표자로서 모두가 한데 결합되어 아상블라주 그 자체를 표상합니다. 또한 깃발들과 함께 설치된 사운드 작품은 방콕과 파주에서 채집된 고음역대의 풀벌레 소리, 인도네시아의 경주용 비둘기들의 소리, 지방정부 선거를 앞두고 재정 부패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불필요한 공사에서 발생하는 소음, 그리고 위의 소리들을 찾아가는데 사용된 질문들과 조건들을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