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바다미술제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Flickering Shores, Sea Imaginaries)》는 바다와 우리의 관계를 재고하게 하고, 해안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을 동시에 언급하며, 바다와 해양 환경에 관여하기 위한 대안적인 틀과 비전을 모색합니다.
바다는 우리의 삶과 자본주의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생존에 필수적인 원천일 뿐만 아니라 식량, 의약품, 에너지, 광물, 무역, 여행 등을 위해 이용하는 거대 산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규모 크루즈 관광, 해운, 남획부터 핵실험, 오염, 심해 채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바다에 해를 끼쳐 해양 생태계와 서식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는 해안에서 바라본 바다를 상품 이동에 쓰이는 분절되고 추상적인 표면으로 보는 대신 우리가 이 수역의 일부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올해 바다미술제는 바다 및 해양 생태와 맺는 새로운 관계를 탐색하고, 저항과 복원을 요청하는 차원에서 협력과 공동의 비전, 시너지 창출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아리 바유아지는 1975년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2005년에 캐나다로 이주했다. 몬트리올과 발리를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는 세계 각지에서 발견한 사물과 기성품을 결합함으로써 여러 문화의 메커니즘을 경험하게 하는 설치 미술로 알려졌다. 그는 대부분 작품의 소재와 주제로 세계 곳곳에서 찾거나 유래된 사물을 지속하여 사용해 왔다. 바유아지는 사물과 장소, 그리고 그것들의 사회에서의 역할을 통해 일상에서 지나쳐지는 예술적 가치를 주로 보여주고자 작업하며 일상의 면모를 표현하는 데 뛰어나다.더보기
레베카 모스의 예술적 실천은 부조리, 불안, 불안정의 개념들을 탐구하며 다양한 매체에 걸쳐 다채로운 형태를 취한다. 작가는 우리가 항상 상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우리에게 되레 작용한다는 점에서 슬랩스틱의 주고받는 관계성에 매력을 느낀다. 그는 슬랩스틱 공연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의 제스처와 자연의 힘 사이의 상호작용을 선보이는 시나리오를 만드는데, 그 안에서 아이디어나 제스처가 허무, 혼돈 또는 위기의 지점까지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더보기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는 메릴린 페어스카이는 최근 비디오와 사진 작업을 통해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사건이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있다. 현재 기술, 원자력 풍경, 커뮤니티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를 위해 카자흐스탄의 폴리곤, 영국의 셀라필드, 체르노빌 및 기타 주요 원자력 발전소 현장을 방문했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 시드니 현대미술관,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미술관 등에서 열린 180회 이상의 전시회와 페스티벌에 소개되었다.더보기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 활동하는 시마 누스라트는 대도시의 분주한 에너지에서 창작을 위한 영감을 찾는다. 도시 본래 모습과 규칙이 강요된 도시 경관 사이의 상호 작용과 더불어 도시 생활에 깊은 매력을 느낀 작가는 인간과 주변 환경의 복잡한 관계성을 이해하고자 한다. 누스라트는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장인과 기술자가 참여하는 협업 방식을 채택하여 작업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하며, 문화적 의미와 장인 정신으로 겹겹이 채운다. 누스라트의 작품은 도시 환경의 근본적 본질과 그 안에서 진동하는 삶에 대해 질문하도록 관객을 촉구하며 성찰하게 한다.더보기
윤필남은 부산을 기점으로 활동하며 국내 유수의 예술기관에서 8회의 개인전과 50여 회의 기획전에 참여해 왔다. 작가는 “평면에서 입체로” 회화의 단면적 경계를 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묶을 수 있는 작품세계를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2016년부터는 설치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연극 의상 및 공공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더보기
〈플라스틱 만다라: 생태계 순환을 위한 문양〉은 작가 정은혜와 이준의 협업으로 지구의 소리가 만드는 문양에 집중한다. 작품에 사용된 이 플라스틱 조각은 정은혜 작가가 설립한 생태예술 단체 에코오롯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5년간 제주 함덕 해변에서 함께 수집한 것이다. 이 만다라 문양은 지구 표면과 대기 전리층 사이에서 포착되는 지구의 ‘심장 소리’ 혹은 ‘콧노래’로 불리는 번개가 일으키는 전자기장파의 공명, 슈만 공명을 활용해 만들어진다. 뇌우는 초당 약 50회의 번개 섬광을 생성하고 지구 표면과 전리층 사이에 전자기파를 포획하는데, 이러한 파동 중 일부는 결합하어 평균 7.83 Hz의 극저주파인, 일명 지구의 심장박동이라 불리는 슈만 공명을 만들어 낸다. 몇몇 과학자들은 이러한 공명의 변화가 계절의 변화, 태양의 활동 혹은 지구 자기장의 변화 등 지구와 결부된 현상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지구 진동의 상승은 사람이 더 불안해지는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는 이론도 존재한다. 확실한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이러한 이론은 우리가 지구의 진동과 뇌파가 겹칠 때 가장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아마도 슈만 공명은 우리와 지구의 밀접한 관계를 상기시켜 주는 하나의 중요한 지표일지도 모른다. 정은혜 작가의 슈만 공명에 관한 관심은 어린 시절부터 조용한 곳에서만 낮게 느껴지는 진동 소리를 탐구하면서 대부분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작가와 에코오롯 참여자들은 해변에 무릎을 꿇고 손으로 모래를 쓰다듬으며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바닷소리를 들으며 기도와 같은 강렬한 경험으로 작품의 일부가 된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 소리가 촉각으로 감각되어 경험되는 듯 〈플라스틱 만다라: 생태계 순환을 위한 문양〉으로 소리는 만져진다. 〈플라스틱 만다라〉는 승려들이 며칠 혹은 몇 주에 걸쳐 아름답고 다채로운 모래 만다라를 완성한 후 다시 흩어버리는 티베트 불교 의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의식이 끝나면 승려들은 복을 받은, 이제는 복 그 자체가 된 모래를 근처 개울에 부어 우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바다를 통해 모든 생명에게 복이 닿게 한다. 이 작품은 플라스틱이 난무하는 현실 앞에서 느끼는 절망감과 바다에서 플라스틱을 거둬들여 바다를 축복하고자 하는 바람을 동시에 표현한다.〈플라스틱 만다라〉는 새롭거나 유용하거나 영원하지 않으며, 해체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에코오롯 참여자가 〈플라스틱 만다라〉를 만드는 영상을 아래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jd1t9OWC2I&t=302s더보기
맹그로브 숲은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필수적 생태계이다. 전 세계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발견되는 맹그로브는 어린 해양 생명체에게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하고, 홍수를 막는 장벽으로 기능할 뿐 아니라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작가 레나타 파도반의 맹그로브 숲에 관한 관심은 생태계를 등한시하고 착취함으로써 발생하는 생태적, 사회문화적 문제를 연구하며 시작되었다. 하나의 생물군계로서 맹그로브는 아주 중요하다. 맹그로브는 해양과 육상 환경 간의 접점으로 해안 연안에서 자라며, 다양한 물고기와 새우, 게, 조개의 번식지이자 다수한 새들의 둥지이며 땅과 물에서 사는 무수한 생명체의 터전이다. 그뿐만 아니라 맹그로브 숲과 늪지는 굉장히 효과적인 탄소 흡수원이다. 맹그로브는 침식과 쓰나미로부터 해안 지역을 보호한다. 늪은 하구로 흘러 들어가는 살충제와 채굴 활동에서 발생하는 중금속 같은 오염 물질을 흡수한다. 그러나 오늘날 맹그로브는 해안개발과 벌목, 새우 양식으로 가장 큰 위험에 처한 서식지 중 하나이다. 맹그로브 숲으로 들어가면 압도되지 않을 수 없다. 숲의 소리와 얽히고설킨 뿌리의 멋들어진 형태, 서로 감싸 안은 듯한 몸통의 형상,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까지, 실로 마법과도 같은 경험이다.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브라질 북부 맹그로브 숲에 푹 빠진 작가는 브라질과 세계 각지에서 파괴되는 맹그로브를 마음에 두고, 이 작품이 우리가 간과해 온 맹그로브 생태계에 관심을 기울일, 숲의 중요성과 보존의 시급성을 일깨울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작가의 단편 영상, 〈트랜지션 존〉에서 맹그로브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https://vimeo.com/843273956더보기
“마침내 나는 일광 해변을 바라보며 깊이 숨을 들이쉽니다. 이 순간, 우리는 긴장을 잠시 내려놓고 시간의 흐름을 망각하는 공간과 조우합니다.” 이 작품은 부산 및 일광 지역에서 발견한 오브제들이 그네와 함께 어우러지며 관람객에게 해방감을 선사한다. 평소 바다에 떠다니는 물건들을 수집해 온 작가는 이 물건들을 쌓아 올려 마치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을 만들었다. 작가는 이처럼 부표의 끝없는 움직임을 그네 운동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네를 타는 동안 들숨과 날숨에 따라 함께 움직여 보라며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작가는 특히 상상을 자극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고 순수하게 놀이의 기쁨을 만끽하는 어린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된 관람객들을 위한 그네를 만들었다. 놀이는 우리를 타인과 교감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네는 땅에서 잠시 발을 떼고 부유하는 기분을 느끼며 바다를 따라 움직이게 해준다. 대형 구조물의 극적인 공간감은 우리를 현실에서 해방시켜 장소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 이처럼 〈일광 스윙〉은 바다와 교감하고 바다의 이야기를 다시 상상해 보고자 한다.더보기
배는 무엇을 나타내는가? 밤은 명확하게 드러났던 사물이 어둠이라는 껍질에 덧씌워져 개인적 상상으로 연결되는 시간이다. 또한 낯선 경험을 선사하고, 이상하고도 환상적인 느낌과 함께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계를 넘나들게 한다. 출품작 <빛과 어둠 사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을 다른 차원에서 생각하고, 모호하거나 묘한 지점으로 보여준다. 작가의 푸른색 레이스는 겹겹이 싸인 작업의 껍질이 되며 블루는 바다와 하늘 사이 장엄함과 어둠의 의미를 지닌다. 또한 이러한 어둠은 빛이 상실되어 우리가 알고 있는 명확한 사물의 존재를 잠시 뒤로하고 어둠 속 풍경과 물체에 주목하여 나의 새로운 감각을 열어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다에서 배는 흔하고 익숙하며 명확하고 고유한 이름을 가진 사물이지만, 해안 지역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않을 만큼 흔한 사물이다. 작업이 이루어진 일광은 ‘햇살을 가장 먼저 받는 곳’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지명이다. 빛과 어둠, 그 짧은 간극과 겹침의 시간에 푸른색 레이스로 감싸진 배는 어둠 속에서 명확한 존재와 의미를 잠시 내려 두고 또 다른 의미를 상상하게 하는 대상이 된다. 패턴이 있는 레이스로 배의 전체를 감싸는 것은 물체를 가리는 동시에 드러낸다. 마치 피부처럼 사물에 씌워진 레이스는 사물을 보이지 않게 하지만, 그 아래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밀한 부분을 오히려 드러내 보인다.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으로, 일상의 사물이 새로운 해석으로 열리게 되는 과정은 긴 여정, 혹은 찰나인가? 여정이라면, 그 시작일까, 끝인 걸까?더보기
예술은 우리 주변에서 보고 아는 것, 그 너머의 것을 공감할 수 있게 하는가? 출품작 〈바다 위의 별〉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관한 이야기이다. 엄마와 어린 자녀들이 있는 집에 물이 차오르고, 이미 잠긴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오르지만 갈수록 물은 차오른다. 시간이 흘러 꼭대기 층에 다다르고 집들이 떠다니는 거대한 홍수에 갇히고 만다. 장승욱 작가는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인간을 캐릭터로 활용하는데 사실 인간은 또 다른 생명체를 상징하는 존재이다. 작품이 전개되면서 이 점은 더욱 명확해지고, 작품의 주인공들이 상징하는 바는 궁극적으로 우리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이 땅에서 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우리, 인간과 비인간을 상징한다. 우리의 지구와 환경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 넘겨주어야 할 중요한 것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작품 속 엄마의 입장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작품 속 아이가 보는 동화책에서 ‘노아의 방주’가 등장한다. 동화책은 주인공들의 구원을 암시하는 복선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물난리'를 이야기한다. 방주는 책에서는 구원을 상징하지만, 주인공들은 생존해야만 하는 가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엄마와 아이가 보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영상은 작가의 전 작품에서 가져온 장면이다. 자신에게만 몰두하여 자신만 바라보며 행동하는 텔레비전 속 인물은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 우리를 의미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일의 결과를 묵묵히 감내하는 수많은 생명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만들었다. 마지막 장면의 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보이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책임과 사라져가는 생물에 대한 애틋함, 존경과 걱정을, 곧 이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다.더보기
포레스트 커리큘럼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삼림지대 조미아의 자연문화를 통한 인류세 비평을 주로 연구합니다. 작품 유랑하는 베스티아리는 이 연구의 일환으로, 비인간적 존재들이 근대 국민국가에 내재된 계급적이고 세습적인 폭력과 그에 따른 잔재들에 어떻게 대항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듯한 거대한 깃발들은 위태롭고도 불안하게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깃발에는 벤조인이나 아편부터 동아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들까지 비인간 존재들을 상징하는 대상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각 깃발들은 비인간적 존재들의 대표자로서 모두가 한데 결합되어 아상블라주 그 자체를 표상합니다. 또한 깃발들과 함께 설치된 사운드 작품은 방콕과 파주에서 채집된 고음역대의 풀벌레 소리, 인도네시아의 경주용 비둘기들의 소리, 지방정부 선거를 앞두고 재정 부패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불필요한 공사에서 발생하는 소음, 그리고 위의 소리들을 찾아가는데 사용된 질문들과 조건들을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