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바다로부터
양자주
19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전국 농가를 허물기 전까지 기와집과 초가집의 벽체와 천장 모두 볏짚과 갈대를 섞은 흙으로 지어졌고, 사람들은 오늘날 창문과 같은 얇은 창호지 사이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어느 나라나, 도시, 마을에서든 전통 가옥은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짓는다. 그렇기에 한국 가옥의 재료는 흙, 나무, 돌, 볏짚이었다.
작가는 전통 한옥과 초가집에 관심을 가지고 빠르게 사라지는 흙집과 관련된 기록과 자료를 연구해 왔으며, 해초를 건축 자재로 만든 집이 부산에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50년대 한국 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간 수많은 난민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빠르게 임시 거처를 지어야 했다. 그랬기에 전쟁 중에 전통 흙집에 쓰였던 볏짚 대신, 바닷가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해초를 흙에 섞어 집을 지었다.
작가는 피난민들의 건축 기술과 특히 해초를 건축 자재로 사용하였던 구축 방법을 이해하고, 작업에 적용하기 위해 부산 영도를 포함한 바닷가 피난처 마을에서 발견된 해초 흙집을 연구하였다. 작가는 이제는 자취를 감췄지만 기발하고 창의적이었던, 소박한 혁신이었던 흙과 해초로 집 짓는 방법을 이번 바다미술제 출품작 〈바다로부터〉로 되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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