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포레스트 커리큘럼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삼림지대 조미아의 자연문화를 통한 인류세 비평을 주로 연구합니다. 작품 유랑하는 베스티아리는 이 연구의 일환으로, 비인간적 존재들이 근대 국민국가에 내재된 계급적이고 세습적인 폭력과 그에 따른 잔재들에 어떻게 대항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듯한 거대한 깃발들은 위태롭고도 불안하게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깃발에는 벤조인이나 아편부터 동아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들까지 비인간 존재들을 상징하는 대상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각 깃발들은 비인간적 존재들의 대표자로서 모두가 한데 결합되어 아상블라주 그 자체를 표상합니다. 또한 깃발들과 함께 설치된 사운드 작품은 방콕과 파주에서 채집된 고음역대의 풀벌레 소리, 인도네시아의 경주용 비둘기들의 소리, 지방정부 선거를 앞두고 재정 부패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불필요한 공사에서 발생하는 소음, 그리고 위의 소리들을 찾아가는데 사용된 질문들과 조건들을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리아나 해구는 바다에서 가장 깊은 해저로 태평양 먼 바다 아래 36,000피트 가까이 뻗어 있다. 태평양에서 이 정도 지점의 심해라면 어둡고 아무런 생명도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 활동의 징후도 없는 곳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탐사에 따르면 마리아나 해구는 산호초, 문어, 해파리 등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이며 이처럼 깊은 심해도 플라스틱 오염물질과 화학 오염물질의 확산으로 인간 활동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오늘날 최대 1억 9,900만 톤의 플라스틱이 우리의 해양을 오염시킨다. 이렇게 계속해서 생산된다면, 2050년에는 어류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이 해양에 떠다니며, 해양 생태계, 어업, 해안 지대, 관광 산업, 그리고 우리 식탁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2018년 작품 〈평행 정원〉을 출발점으로 스튜디오 1750은 인위적으로 변화하는 상상의 정원을 만들어 기묘한 산호초와 같은 구조물을 통해 인간의 개입으로 변해버린 환경을 시사한다. 이번 바다미술제에 설치될 새로운 작품 〈수생 정원〉은 인공적이고 생경한 환경을 조성하여 작품 내부를 거닐 수 있도록 관람객을 초대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부자연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환경적 또는 유전적으로 변이되고 진화한 기이한 생명체가 되어 본다. 작가는 이 수행적이고 유쾌한 관객 참여형 설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표현한다.
인공 구조물과 물체, 인공 정원으로 만들어진 욕망의 도시에 거주하는 우리 인간은 집단 ‘지성’의 오류로 새로운 바이러스의 확산을 더욱 가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미래를 살아가는 지금, 이제는 바다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가 상상하는 생태계의 미래는 무엇인지 질문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2023바다미술제를 방문하시면 퍼블릭 프로그램 ‘괴물이 산다’에서 직접 제작한 바다 생명체 형상의 종이 모자를 착용하고 작품을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